
자연 생태 1등급, 개발의 브레이크 페달 : 홍천 양수발전소 반대 〈우리가 나무다〉 캠페인 참여기 최형미 (여성학박사, 『반다나 시바, 상처받은 지구를 위로해』 저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홍천 풍천리로 모여든다. 〈우리가 나무다〉 캠페인이 열리는 날이면, 풍천리는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 하나의 배움터가 된다. 내게도 풍천리는 학교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곳이다. 때론 나는 풍천리에 지하철과 시외버스, 농어촌버스를 갈아타며 세 시간을 넘게 걸려 내려간 다. 사람들은 "고생했다"고 말하지만, 내게 그 길은 쉼이다. 홍천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심수봉, 이문세부터 악뮤의 노래까지 들으니 조용한 버스안에서 혼자 공연을 즐긴다. 모든 노래는 사랑 노래다. 사랑은 그 자체로 풍요다. 부족한 것이 없다. 애절한 노랫말은 빠르게 살던 내 삶의 불안을 위로하고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의 노래는 내게 알수 없는 꿈을 꾸게 한다. 그렇게 풍천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홍천터미널 맨 끝 승강장에서는 산골 마을로 향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멋진 전기버스는 마을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동네 드라이브를 시켜준다. 부쩍 자란 옥수수와 접시꽃, 집 앞마당의 꽃들을 지나 어느새 눈 앞에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공기가 다르다. 세상의 색깔도 다르다. 누가 그랬던가 풍천리는 천국이라고. 그렇게 초록을 지나오면 나는 푸르게 충전되어 풍천리에 도착한다. 마을 언니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날마다 새로운 질문을 하는 풍천리 자주 내려간다고 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을 것이라 여기지 말라 풍천리는 갈 때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는 양수발전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지금은 조금씩 그 원리와 문제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을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인하고 자존감 높은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찾아온 모든 이들을 반긴다. 성장과 치유가 이뤄지는 환대의 공동체가 무엇인가 묻게 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함께 먹고 서로에게 감사한다. 6월의 마지막 날은 상부댐 예정 지역를 향했다. 계곡을 지날 때, 주민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용역을 담당한 사람들이 며칠 전부터 계곡의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천만 원이 드는 작업이란다. 이를 '생태 보전'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씁쓸하게 웃는다. "옮긴 물고기만 몇 마리나 살아남겠어요? 생태를 보존한다는 시늉만 하는 거죠“ 공사가 진행되면 맑은 물에만 살던 수달도 다슬기도 사라질 것이다. 개발의 브레이크, 생태자연도 1등급 트럭 뒷칸에 터고 숲을 지나가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며 김종희(자치와 자급활동가) 님이 “엉덩이가 사라져 버렸다”고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곳에서는 모든 경험이 즐거운 힘이 된다. 산 위에 오르자 또 하나의 푸른 능선이 펼쳐졌다. 박성율 목사는 이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곳은 모두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입니다."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이곳을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다시 조사해 달라고 강하게 반발하자 1등급 판정이 나왔죠. 모두 양수발전소 건설은 중단될 거라고 믿었죠.” 생태 1등급이란 개발의 브레이크 장치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한 흔적이 있거나 식생 다양성이 확인되거나 자연경관이 뛰어나면 그 지역은 보전과 복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생태 등급은 어디로 향할지 모를 개발의 질주, 인간을 향해 역습하는 개발의 패악을 막는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업자는 계획을 변경해 상부댐 건설 지역을 인접한 산 정상부 지역으로 옮겼다. 그곳은 생태·자연도 2등급이니 개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리 벌목하여 등급을 하향했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다. 게다가 지형적 특성 때문에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해졌고 더 많은 사업비가 소요된다, 상부댐 규모만 보면, 높이가 30층 건물 크기이고, 제방의 길이는 축구장 5개를 일렬로 붙인 것과 같은 거대한 댐이 건설될 예정이다. “위대한 인간의 자연 정복일까?” 이런 구태의연한 표현을 쓸 사람이 지금도 있을까? 주민들은 결국 위치만 옮겼을 뿐, 청정 자연 위에 지어질 무지막지한 댐은 결국 주변의 자연생태 1등급 지역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부댐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과 도로 개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발전의 언어는 오랫동안 숫자였다. GDP와 투자 규모 같은 지표가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왔다. 양수발전소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약속하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말한다. "우리는 이미 풍요롭게 살고 있어요. 부족한 것이 없었어요. 살던대로 살고 싶어요" 그들이 말하는 풍요는 풍천리에 찾아오면 쉽게 이해된다. 색채의 풍요, 별의 풍요, 잣의 풍요, 숲과 계곡, 깨끗한 물, 그리고 공동체의 풍요다. 이 지역을 보호하는 것은 11만이 넘는 나무를 지키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렇게 풍천리 주민들은 자신의 마을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지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7월 4일에 풍천리를 방문했다. “풍천리 양수댐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 여기는 애초에 안 해야 했을 지역 같다“ 라고 말하며 지금 진행 중인 도로 건설 작업을 한 달간 중지하고 위법 사항을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발전을 거부하는 일은 아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미래를 지키는 가장 큰 발전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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